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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보고 쓰고/책

[인간실격]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죽고싶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세상이란 개인이 아닐까.'

주인공은 세상에 인간답지 못한 자신이 들통날까봐, 세상이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할까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그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고나서 깨닫는다.

'세상. 저도 그럭저럭 그것을 희미하게 알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상이란 개인과 개인 간의 투쟁이고, 일시적인 투쟁이며 그때만 이기면 된다. 노예조차도 노예다운 비굴한 보복을 하는 법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오로지 그 자리에서의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럴싸한 대의명분 비슷한 것을 늘어놓지만, 노력의 목표는 언제나 개인, 개인을 넘어 또다시 개인. 세상의 난해함은 개인의 난해함. 대양은 세상이 아니라 개인이다, 라며 세상이라는 넓은 바다의 환영에 겁먹는 데서 다소 해방되서 예전만큼 이것저것 한도 끝도 없이 신경 쓰는 일은 그만두고, 말하자면 필요에 따라 얼마간은 뻔뻔하게 행동할 줄 알게된 것입니다'

주인공의 삶도 조금은 달라질줄 알았다.

처음으로 자신도 모르게 갈망해온 모습의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 믿음과 신뢰가 깨지면서 주인공은 더 나락으로 빠진다.
알콜 중독에서 약물 중독, 정신병동, 인간 실격.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작가의 수기 이후 직소, 후기에 관한 글
'현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절망이 요구되는 격변기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가치관의 혼란, 세대간의 갈등 증폭,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 구조 심화 등으로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 한다. 이런 때일수록 인간이기 때문에 끌어안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함, 불신감, 절망감에 목숨을 걸고 천착하고자 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가적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자이의 절망이 그대로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처절한 자기반성과 책임 의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다자이에 대한 재평가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공통적인 시대 인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인 이 작품은 그런 뜻에서 현대사회에 대한 예리한 고발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넙치와 호리키가 드러내는 상식적인 인간 상의 추악함은, 그 틀에 젖어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자성을 촉구한다. 인간성이 상실된 현대사회가 멸망해 가는 도정에 있음을 이 작품만큼 명백하게 제시해 보인 작품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성 없는 사회는 결국 소돔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조의 고뇌를 인정할지 하지 않을지가 다자이를 받아들일지 부정할지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성경에는 유다를 배신자로 지목한 기록이 없다. 예수는 유다에게 "가서 네가 할 일을 하라."라고 하고 있다. 유다는 예수의 영광을 위해 설정된 인간이었을 수 있다.'

직소 파트,, 와.... 성경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이 구절에서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자이가 이 작품에서 예수와 유다 양쪽에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외곬이며 질투 많고, 애정과 증오 사이에서 흔들리는 유다 상의 조형은 다자이의 유다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나타낸다. 사랑하는 나머지 남에게 넘기느니 내 손으로 죽여주겠다고 유다가 결심하는 부분이라든가 "돈. 세상은 돈이면 다야.", "나는 필경 장사꾼이지. 돈푼깨나 생길까 하고 쫓아다녔지만 글렀다는 것을 알고 배반한 거지." 등 유다의 자학은 탁원한 심리 통찰이라 하겠다.'

'다자이는 인간 실격에서 그려낸 순수하고 무구하며 이기주의라든가 타산과는 무관한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동경을 예수라는 천상의 존재로 형상화하고, 애증에 결박된 유다를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약점을 지닌 불쌍한 지상의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다자이가 평생 갈망하던 무구하고 순수한 것. 아름다운 것을 대변하는 예수와 약하고 평범한 인간이기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배반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유다는 다자이의 분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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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 실격일까. 인간으로서의 도리, 사회적 예의규범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는 게 인간 실격일까.
(나와 주인공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책 끄트머리에 다다를때까지 주인공이 갱생하는 스토리를 바랐다.)
주인공을 미치광이로 만든건 자기 자신이다. 결과를 알면서 인간이길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
나 자신을 알고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인 것 같다. 내 30대에는 삶을 대하는 조금의 노하우를 쌓아서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미치광이가 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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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까지 모두 읽고나니 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보였다. 나는 왜 그토록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가에 대한 답답함에 책을 읽었는데, 패전국의 전후 시대 상에 처음으로 이입을 해서 생각해본 것 같다. 그리고 실제 작가의 다섯 번의 자살시도, 내가 상상했던 것을 초월하는 깊은 고뇌에 찬 인생을 살았던 다자이였다. 그는 최소한 자기 자신의 어두운 면에 대한 직시와 반성, 인정을 할 줄 알았던 인간다운 삶을 산 것이다. 다자이의 다른 책, 같은 시대 다른 작가들의 책도 읽어보고 싶다.